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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돌풍'과 한국인의 정치적 성향: 드라마 속 정치적 유형, 한국 정치 드라마의 흥행 공식, 주인공이 될 것인가 vs 조연이 될 것인가
sayok2518 2025. 2. 6. 12:10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한 현실, 그것이 바로 한국 사회다. 드라마 속 재벌 3세와 평범한 주인공이 사랑에 빠지는 일이 현실에서는 로또보다 어려운 것처럼, 정치판에서도 서민을 위한 정책이 현실화되는 일은 판타지에 가깝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대중은 드라마를 사랑한다. 정치에 대한 불만이 폭발할 것 같을 때, 한 편의 드라마가 등장해 대중의 분노를 대리 만족시켜 준다.
오징어 게임이 “이 나라는 원래 이렇게 돌아가는 거 아니었어?”라는 씁쓸한 한탄을 남긴 것처럼, 더 글로리는 “법이 못하면 내가 한다”라는 복수 판타지를 선사했다.
그렇다면, 드라마 돌풍 속에서 우리는 한국인의 정치적 성향을 어떻게 읽어낼 수 있을까? 드라마 속 캐릭터들을 정치적 유형으로 변환해 보면, 흥미로운 결과가 나타난다.
드라마 속 정치적 유형 – 당신은 누구입니까?
1) ‘정의의 기사’형 – 분노하는 문동은과 정의파 시민들
더 글로리의 문동은처럼, 한국 사회에는 ‘정의 실현’에 목숨을 거는 사람들이 많다. 공정성은 한국 정치에서 절대적 가치를 차지하며, 이는 젊은 층이 진보적인 정치 성향을 띠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다.
하지만 현실 속 문동은은 어떨까?
법과 제도가 정의를 실현하지 못할 때, 그들은 SNS에서 ‘정의 구현’을 시도한다. 가해자의 과거를 털고, 조용했던 사건을 다시 불지핀다. ‘국민 참여 재판’ 대신 ‘국민 참여 여론재판’이 이루어지는 셈이다.
문제는, 여론의 분노가 시들면 금세 관심이 딴 데로 옮겨 간다는 것이다. 현실에서의 문동은들은 정의 실현을 외치다가, 선거철이 되면 “에휴, 다 똑같지”라며 투표를 포기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점은, 한국 사회에서 ‘공정성’은 절대적인 정치적 화두로 남아 있다는 것이다.
2) ‘살아남기 위해 뭐든 한다’형 – 오징어 게임 참가자들
경제적 불평등이 심화되면서, 많은 한국인들이 오징어 게임 참가자의 심정으로 살아가고 있다. 빚더미에 앉은 기훈처럼, 취업 시장에서 100번 탈락하고도 다시 이력서를 넣는 청년들, 학자금 대출을 갚느라 월세도 못 내는 사회 초년생들.
이들의 정치적 성향은 매우 유동적이다. 생존이 최우선이기 때문에, 정책이 아니라 ‘당장 누가 내 삶을 조금이라도 나아지게 해 줄 것인가?’가 선택의 기준이 된다.
그렇다면 그들은 어떤 정치 세력을 선택할까?
누군가는 복지를 강조하는 진보 정당을, 또 다른 누군가는 “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보수 정당을 지지한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기훈과 같은 서민들이 원하는 것은 ‘이념’이 아니라 ‘현실적인 해결책’이라는 점이다.
3) ‘권력의 달콤함에 취한 VIP’형 – 특권층 정치인과 기득권
드라마 속에서 가장 악랄한 캐릭터는 누구일까?
오징어 게임의 VIP들, 더 글로리의 가해자들, D.P. 속 가혹행위를 일삼는 선임들. 그들은 권력을 쥐고 있으며, 자신이 만든 룰 안에서만 게임을 한다.
한국 정치판에서도 마찬가지다.
국회의원 선거 때마다 등장하는 ‘정치 귀족’들, 대물림되는 권력, 그리고 특권을 당연하게 여기는 모습은 드라마 속 권력자들과 별반 다를 것이 없다.
하지만 흥미로운 점은, 대중이 이런 캐릭터를 보며 분노하면서도 막상 투표장에서는 “그래도 저 사람이 경험이 많잖아”라며 다시 뽑아준다는 것이다.
오징어 게임의 VIP를 욕하면서도, 정작 현실에서는 비슷한 유형의 지도자를 선택하는 역설적인 현상이 벌어진다.
size="size26">한국 정치 드라마의 흥행 공식
그렇다면, 왜 이런 정치적 성향이 드라마 속에서도 반복될까?
한국 사회는 드라마와 현실이 서로를 반영하며 끊임없이 순환하는 구조를 가진다.
- 분노할 거리를 던진다 – 정의롭지 못한 세상을 보여준다 (오징어 게임, 더 글로리)
- 대리 만족을 준다 – 주인공이 직접 나서서 악당을 응징한다 (더 글로리)
- 결국 현실은 바뀌지 않는다 – 하지만 현실에서는 여전히 문제가 지속된다 (D.P.)
이 공식은 단순한 오락 요소를 넘어, 대중의 정치적 정서를 자극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주인공이 될 것인가, 조연이 될 것인가?
결국, 한국 사회는 거대한 정치 드라마와 같다.
권력자들은 게임을 설계하고, 대중은 그 안에서 살아남으려 발버둥 친다. 정의를 외치는 사람도, 불평등을 묵묵히 견디는 사람도, 특권을 누리는 사람도 모두 각자의 역할을 맡아 움직이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드라마에서 어떤 캐릭터가 될 것인가? 문동은처럼 끝까지 싸울 것인가, 기훈처럼 살아남기 위해 타협할 것인가, 아니면 VIP처럼 모든 것을 구경하며 조롱할 것인가?
한국 사회의 정치적 성향은 단순한 ‘진보 vs 보수’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어떤 역할을 선택하는가에 따라 달라진다. 그리고 드라마가 현실을 반영하듯, 현실 또한 새로운 드라마를 만들어 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