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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DP : 군대 부조리의 재현, 탈영병의 이야기, 간부들의 모습 (그래, 저런 사람이 꼭 있었지), DP를 본 예비역들의 마음
sayok2518 2025. 2. 7. 13:22
"야, DP 봤어?"
퇴근 후 동기들과 치킨에 맥주 한잔하며 자연스럽게 나온 이야기였다. 직장 동료 대부분이 예비역인지라, 군대 얘기는 언제든 가볍게 꺼낼 수 있는 화두였다. 모두들 DP 시즌1을 보며 "이거 너무 현실적인데?"라고 했던 터라, 시즌2가 나오자마자 다들 몰아보기를 했던 모양이었다. 그런데 다들 웃으면서도 묘하게 씁쓸해하는 분위기였다. 사실 DP는 단순한 군대 드라마가 아니라, 군대라는 특수한 공간에서 벌어지는 부조리를 현실적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 현실을 경험한 사람들이니까.
군대 부조리의 재현
DP를 보면서 가장 먼저 드는 감정은 ‘익숙함’이다.
군대를 다녀온 사람이라면 누구나 DP 속 장면들이 낯설지 않을 것이다. "저건 좀 과장 아니야?" 싶다가도 곰곰이 생각해 보면 "아니지, 저거랑 똑같은 거 봤었지."라는 결론에 이른다. 특히 시즌2에서는 군대 내 가혹행위가 더욱 사실적으로 묘사된다. 당연히 마음이 불편해진다. 하지만 우리들끼리는 쓴웃음을 지으며 "저거 우리 때도 있었는데?"라고 가볍게 던진다.
그렇다고 우리가 군대에서 큰 피해를 입은 건 아니다. 하지만 소소한 부조리는 어디에나 있었다. 밤새 보초 서면서도 잠깐 졸았다고 얼차려를 받았던 기억, 선임이 시킨 쓸데없는 잡일, ‘군대는 원래 그런 곳’이라며 암묵적으로 받아들였던 수많은 일들. DP를 보면서 그 기억들이 하나둘 떠오른다.
이제와 돌이켜보면 황당하지만, 그때는 그게 ‘일상’이었다. 군대라는 특수한 공간에서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였던 것들. 우리는 그 안에서 나름의 유머를 찾으며 버텼다. 그리고 DP를 보며 또다시 농담처럼 이야기한다.
"야, 저거 진짜 우리 부대에서도 있었잖아. 근데 드라마는 좀 더 심하네?"
탈영병의 이야기 – 그냥 비겁한 게 아니었다
DP의 핵심은 탈영병 이야기다. 시즌2에서는 탈영병들의 사연이 더욱 깊이 있게 다뤄진다. 그리고 우리는 그 이야기를 보면서 단순히 ‘군무 이탈’이라는 단어로 정리할 수 없다는 걸 깨닫는다.
군대에서 ‘탈영’은 가장 중대한 사건 중 하나다. 누구 하나 사라지면 부대 전체가 난리가 난다. 그래서 탈영병을 바라보는 시선은 보통 싸늘하다. "힘들다고 다 도망치면 어쩌냐."
그런데 DP에서는 그들이 왜 탈영했는지를 보여준다. 단순히 힘든 걸 견디지 못해서가 아니다. 말 그대로 ‘버틸 수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예비역들은 그걸 보면서 이해할 수밖에 없다. 우리도 군대에서 "아, 도망치고 싶다."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으니까. 물론 우리는 끝까지 버텼지만, 탈영한 그들은 끝까지 버틸 수 없었던 것뿐이다. 그들을 감싸주고 싶다가도, 또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든다. "그래도 도망치면 안 되는 거 아닌가?"
하지만 DP를 다 보고 나면, 탈영병 한 명 한 명의 사연에 공감하게 된다. "만약 내가 저 상황이었다면 어땠을까?"
간부들의 모습 – 그래, 저런 사람이 꼭 있었지
DP 속 간부들의 모습은 참 현실적이다.
좋은 간부도 있지만, 무능한 간부, 권력만 휘두르는 간부, 대충 적당히 넘기려는 간부도 있다. 그리고 우리는 다 안다. 우리 부대에도 그런 사람들이 있었다.
군대에서 ‘좋은 간부’를 만나는 건 거의 로또에 가깝다. 하지만 그 로또가 없다고 해서 큰 문제가 되는 건 아니다. 오히려 진짜 문제는 나쁜 간부를 만날 확률이 더 높다는 것이다.
DP에서는 그런 간부들의 모습이 매우 사실적으로 그려진다. 책임 회피하는 상관들, 가혹행위를 묵인하는 간부들, 그리고 사건이 터지면 덮기 바쁜 사람들.
보면서 생각한다. "아, 진짜 우리 부대에도 저런 사람 있었는데."
그때는 아무 말도 못 하고 그냥 지나갔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우리가 경험했던 것들이 결코 ‘당연한 일’이 아니었다는 것을.
군대 이야기, 웃으면서도 씁쓸한 이유
DP를 본 후, 우리는 또 군대 이야기를 했다.
어느새 대화 주제는 "우리 부대에도 저런 일 있었냐?"에서 "그래도 요즘은 좀 나아지지 않았을까?"로 넘어갔다.
우리는 웃으면서 이야기하지만, 사실은 씁쓸하다.
군대에서의 시간은 우리 인생에서 짧다면 짧다. 하지만 그 짧은 시간 동안 겪은 일들은 쉽게 잊히지 않는다.
DP 시즌2는 단순한 드라마가 아니다. 우리가 겪었던 현실을 다시 꺼내 보게 만드는 작품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웃으면서도 가끔 말을 멈춘다. 그리고 생각한다.
"앞으로는 좀 더 나아졌으면 좋겠다."
DP를 본 예비역들의 마음
DP를 보면서 느꼈던 감정은 복합적이다.
우리는 웃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씁쓸했고, 공감하면서도 가끔 불편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과거의 우리가 떠올랐다.
군대라는 특수한 경험을 공유한 우리는, DP를 통해 다시 한 번 그 시절을 되돌아보았다. 다행인 것은, 이제는 그 시간을 가볍게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DP가 그런 이야기들을 꺼낼 수 있도록 해준다는 것.
"야, 그래도 우리는 잘 버텼다. 그치?"
맥주 한잔을 들고 건배를 한다. DP 시즌2를 본 우리의 감상평은 짧지만 강렬하다.
"재밌었어. 하지만 또 보고 싶지는 않다."